Abstract
눈앞에 놓인 현실은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각기 다른 색과 감성으로 수용된다. 또한 경험은 구체적 사실의 기반 위에 있지만, 축적된 경험, 기억 속의 추억은 구체성 보다는 추상적 색채와 느낌으로 남게 된다. 이는 나의 그림이 직관적으로 선택된 색채와 단순한 구조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상상에서 출발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자신의 경험, 회상, 추억, 환상 등을 부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의 풍경화이며 하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 추상 작업은 자연이 보여주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우연을 표상한다. 나는 의도적으로 소재의 구체적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완전한 형태를 배재함으로써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게 그림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상상의 여지를 남겨 놓는다. 그 상상의 여지가 반드시 여백일 필요는 없다. 색으로 채워진 화면 안에는 보기에 따라서 진공의 상태, 또 다른 공간이 내재되어 있고 이는 관람자의 보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미묘한 색채 하나하나를 뭉개거나 뒤섞지 않은 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색채로 그 색 자체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한 채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자유로움, 그것이 어쩌면 나에게는 또 하나의 파라다이스이다.
더불어 수평적 구조는 평등한 가치를 지닌 화면으로 구성하기 위한 선택이다.각 색채가 갖는 영역의 폭과 톤은 음악적 리듬을 갖도록 배치되며 개별적인 색들이 전체를 이루면서 하나의 화면으로 통합될 때 詩적 울림이 느껴질 수 있도록 조절된다.
나의 작업들은 환경이 인간, 개인에게 수용되고 가시화되는 과정에 대한 다양한 방법의 채집된 풍경으로 이 추상 작업은 현실을 담고 있지만 실재하지 않는 공간, 색, 깊이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