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완벽한 우연 (perfect coincidence )
부제: 작업중인 팔레트 Working palette, Since 2020 ongoing, Various sizes, Acrylic on Canvas

작업에 대한 어떤 의도나 계획, 구상 없이 완벽한 우연을 발생시킬 수 있을까? 그 우연을 통해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을 그려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작업대 위 언제나 물감을 섞을 때 사용하는 나의 팔레트가 눈에 띄었다. 그곳엔 정의하지 못한 색의 기록이나 형용사로서의 색채-형용사를 찾기 위해 섞고 있던 무정형의 혼합색과 물감나이프의 흔적, 키우는 고양이가 흘려버린 물감통에서 쏟아진 얼룩 등이 남아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생생하게 살아있는 순수한 감각이 떠올랐다.

Jean Arp가 우연의 법칙에 따른 콜라주 작업에서 색종이를 찢어 공중에서 뿌린 행위를 통해 새로운 감각의 구성을 만들어냈다면, 나는 작업대 위에 팔레트 대신 캔버스 천을 깔아놓고 그 위에서 어떤 계획도 없이 작업 중인 물감들이 만들어내는 임의의 구성을 통해 완벽한 우연을 실험한다. 사건은 작업대 위에서 발생하고 나의 예측불가능한 행위로 펼쳐지는 임의의 사태를 나는 나의 감각과 색, 그리고 우연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한다.

 

정의하지 못한 색의 기록_Record of undefined colors
Since 2020 ongoing, Various sizes, Acrylic on Canvas

나는 내가 경험한 감정과 단어의 관계만을 찾는다. 관념적으로 누구나 알고있는 멋진 단어들은 감히 내가 건들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유로 10년이 지나는 지금, 자연에서 느끼는 감동의 색들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단어로 연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몇 년전부터 느껴왔다. 결국정의하지 못한 색의 기록작업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 어딘가에_Situated somewhere

Since 2020 ongoing, Various sizes, Acrylic on Canvas

두 개의 색을 비스듬하게 설정하고 그 사이 변화하는 색감에서 내가 미처 찾지 못했던 감정의 색을 탐구한다. 이것과 그것 사이미약하지만 촘촘하게 실재하는 것들, 예를 들어, 우연과 감동적인 것 사이, 아늑한 것과 신기한 것 사이, 장엄한 것과 고귀한 감정 그 사이에 있었던 시간, 정서, 떨림의 진동을 5mm 색면의 연속으 로 재구성한다. 색면이 화면 전체를 채우지 못하는 것은 그 감정언어에 대한 불확실함, 모호함이 남아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 찾고 싶은 질서의 공간이기도 하다.


세 개의 수평구성과 수평을 위한 세 개의 수직 구성_3 Horizontal Configuration and 3 Vertical Configuration for horizontal

Since 2022 ongoing, Various sizes, Acrylic on Canvas

이 시리즈는 5mm의 변화하는 감정의 색을 최소화하고 3 가지의 색-감정을 더욱 밀접하게 대비시켜 본래 “형용사로서의 색채”가 가지고 있던 색감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 어딘가에” 시리즈는 5mm의 불명확했던 미묘한 색들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수평 시리즈는 형용사로서의 색채가 좀 더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감정의 변화는 나의 경우 생각보다 예측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불현듯 찾아오는 두려움, 설레임, 당혹스러움, 부끄러움 등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림 구성에서 보이는 빈 공간은 그런 감정의 지연된 시간의 표현이다. 또한 과연 그것이 명확하고 진실된 감정-색일까?라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는 불명확성의 평면적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