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아시아 현대미술제 2013 : 오래된 미래도시

April 12, 2013 – April 27, 2013
창원 성산아트홀 – Sungsan Art Hall, Changwon

형용사로서의 색채 – 그곳에서
2013. 사운드, 아크릴판 위에 아크릴, 종이 위에 아크릴, 가변 설치

그녀는 홍조 띤 얼굴로 말했다. 창원은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마침 때 이른 봄, 따뜻한 바닷바람이 불어 와 그녀의 밝은 갈색으로 물들인 긴 머리칼을 멋스럽게 흩날린다. 나는 “좋은”이라는 형용사를 사운드 채집하고, 그녀에게서 받은 인상을 엷은 오렌지빛이 도는 밝은 갈색으로 정한다.

불투명 연질PVC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음각한 단어들은 이틀동안 창원에서 만나 인터뷰한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 바램을 깊게 새기고 있다. 미풍에 흔들리듯 떠 있는 언어들의 색채 사이를 창원 앞바다에서 수집한 파도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그들의 분절된 단어들이 뒤섞여 들린다.

한 쪽 끝이 기둥에 고정된 종이의 앞면은 햇살을 받은 봄바다빛이고 뒷면은 무학산 학봉 산역의 진달래빛이다. 10미터의 종이는 마치 진해만의 물길처럼 끝없이 이어져 바늘구멍이 나 있고, 끝은 굴곡진 해변가만큼이나 불규칙적으로 뜯어져 섬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다.

오래된 미래도시 창원에 봄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