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미술 2013년 7월호 리뷰/ 137p
첨단 과학이 창궐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불가해한 많은 것이 유령처럼 일상의 틈새들을 불투명하게 막고 있어 때로는 연금술처럼 기이하고 엉뚱한 사이비 과학 같은 것들에도 쉽사리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그래서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사이비(pseudo)적인 것들, 곧 무모할지라도 무언가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시도 또한 가끔은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관행과 한계를 넘는다는 면에서 말이다. 이경 작가의 이번 전시를 대하며 이런 의사-과학을 떠올린 것은 엄밀한 학으로도 담아낼 수 없는 것이 수다하기만 한, 이 시대의 하수상한 풍경 탓일 것이다. 무언가를 명확히 규정하는 명사로서의 접근이 아닌 엄밀하게 규정할 수 없지만 현실에서 오롯이 작동하는 그런 복합적이고 양가적인, 사물의 현 상태를 붙잡으려 하는 형용사적인 태도에 대한 공감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는 이처럼 삶의 모호하기만한 감성 상태를 시각화하려는 일련의 작업을 전개하고 그 키워드로 색을 선택한다. 주어진 색을 그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실험으로 이를 조색하고 드러내려 하고 또 형언하려 한다. 이러한 목소리는 단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기에 조곤조곤 건네오는 웅얼거림 같은 것들에 가깝다. 이러한 시도들이 지극히 감각적이고 직관적이긴 하지만 사뭇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이를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하며 마음의 흐름마저 추스르는 일련의 과정을 연동시키기 때문이다. 의사-과학도 한 몫한다. 마음의 상태를 일정 시간 단위로 기록하고 조색한 ‘드로잉’연작이나 ‘10개의 순간적인 확신’이라 명명된 작업은 유동하는 흐름의 상태에 있는 감정이나 심리상태를 순간적으로 응축하여 색으로 가시화하려 하는 작가적 선택, 혹은 실험과 다름없는 노력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가 색으로 마음의 어떤 상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사이비는 아닌 셈이다. ‘검은 침묵’처럼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를 검은 빛의 침묵으로, 다시 말해 그 수다스런 내면의 대화가 가진 모순된 색채마저 알아채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의식이나 마음의 흐름은 그저 어떤 색으로 담을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그러한 흔적들이 계속해서 적층되면서 스스로 바래지는 그런 것들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시간의 흐름을 따라 희미해진 감정과 오롯해진 심리상태를 추스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힘들게 선택된 색상은 그저 하나의 빛깔로 남겨진 어떤 색이라기보다는 복수의 감정들과 그 과정들이 반복되고 덧칠되어 종국에 남겨진 것들, 곧 자기 자신의 변화된 감정의 어떤 상태를 못내 지시하고 만다. 작가가 말한 형용사로서의 색채는 이처럼 마음의 상태를 형용(形容)하는 것들이다. 여기에 시간의 흐름을 따라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도 더해질 터이니 동사로서의 작가 자신의 심신작용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마음의 어떤 울림이 더해져서일까, 어두운 전시 공간에 갖가지 느낌들로 부유하는 여러 빛깔의 색들이 마치 각각의 파동을 이루며 은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리드미컬한 착시감마저 더하고 있단 생각이다.
민병직. 문화역서울284_퍼블릭큐레이터
Review (July 2013 issue, p.137)
We are living in an age of cutting-edge science, but many inexplicable things are placed in our daily lives as phantoms. We are at times easily riveted by whimsical, weird pseudo-science like alchemy. We maybe sometimes need to make an attempt to experiment and imagine something in a positive sense even though the attempt is reckless and if it transcends conventions and restrictions. The reason why I recall pseudo-science in Lee Kyong’s solo exhibition is due to a strange scene in this age where so many things are not expounded with strict science. This may be like an “adjective” attitude to capture the multiple, ambivalent present states of things that cannot be rigidly defined but operate in reality rather than a “noun” approach to define something clearly.
Lee executes work to visualize the ambiguous emotional state of life, choosing “color” as its keyword. She tries to blend, reveal, and describe such colors through experiments, rather than selecting color. This voice is not assertive, and thus sounds like murmuring. Such an attempt is sensuous and intuitive but seems sincere and authentic. Pseudo-science plays a role. Lee’s drawing series chronicling the state of mind as a certain unit of time and her work titled 10 Momentary Confidences show her artistic efforts to visualize a flowing emotional, psychological state. However, the artist seems to consider some states of the mind cannot be entirely contained in color. Lee represents an ineffable state of the mind as black in Black Silence. She notices contradictory colors of garrulous inner dialogs. If so, the flow of consciousness and mind is not something to be contained in some color but something faded by itself when its traces are accumulated.
The color chosen beyond the boundary between the conscious and unconscious and through a process of arranging feelings blurred with time and rearranging a psychological state, is not some hue left behind but something finally left after a repetition of plural feelings and such a process, eventually referring to the state of her own altered feelings. The “color as adjective” Lee mentions is to describe the state of mind. A process of controlling the mind is added to this with time. Her “mental operation as verb” thus plays a significant role.
Is this because some resonance of mind is added? Many shades of colors floating in the dark venue seem to move, generating each wave and creating an optical illusion for viewers.
By Min Byungjic, Public Curator of Culture Station Seoul 284
Color as adjective : Dark exciting – Solo Exhibition, Multipurpose Art Hall EMU,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