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개인전 I Lee Kyong solo exhibition
형용사로서의 색채 VIII I Color as adjective VIII
Sep. 1 – Oct. 1, 2022
갤러리 와우 I Gallery Wow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99

형용사로서의 색채-빨강, 파랑, 초록

 

지금까지 나의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탐구해왔다. 2012년 첫 시도 이후 지금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기록된 색-감정의 관계는 어떤 개념으로 설정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색의 관계를 실험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올린 형용사로서의 색채-명사는 아름다움이다. 

현대 한국 사회는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지만 예술가로서의 개인적인 삶은 형용사로서의 색채가 보여주는 것처럼 때론 기뻣지만 대부분 불편하고 우울한 경험이 많았다. 기쁨의 순간은 짧게 공기 중에 흩어지고 우울함은 깊은 내면에서 솟아 올라온다. 분노는 붉게 염색하듯 시야를 흐리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신체 전체에 퍼져 불면의 밤을 선사한다.  

그렇게 기록된 형용사로서의 색채 370여 개를 다시 바라보았을 때, 그동안 찾고자 노력했던 색-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었다. 고통스러운, 아련한, 막막한, 어리석은, 친절한, 그리고 때론 평온했던 일상.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과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색의 조합-아름다움.

 

이번에는 색의 본질을 탐구하는 빨강, 파랑, 초록의 명사를 전시한다. 

빛에 따라 색은 서로 다르게 보인다. 누가, 언제 보는가에 따라서도 다르게 보인다. 내게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특성로서의 색의 탐구가 아닌, 지금 나에게 그것이 어떻게 느껴지는가이다. 이 느낌은 매우 유동적이고 불명확하며 모호하다. 그래서 형용사다. 

그렇게 만들어진 색-감정의 관계를 빨강, 파랑, 초록으로 정의한다. 이번 정의는 미래에는 변화될 수 있는 현재까지의 정의다. 

 

나에게 지난 10년간 [빨강]은 어여쁜, 탐스러운, 필사적인, 다행스러운, 자극받은, 뜨거운, 뭉클한, 열성적인, 황홀한, 애끓는, 혐오스러운, 얼얼한 색이었다.

 

나에게 지난 10년간 [파랑]은 명쾌한, 신기한, 부러운, 위엄있는, 경건한, 경이로운, 엄중한, 고결한, 적적한, 낯선, 쎄한, 시끄러운 색이었다.

 

나에게 지난 10년간 [초록]은 풍성한, 소름끼치는, 기괴한, 풋풋한, 잔잔한, 싱그러운, 강한, 풍부한, 지나친, 초조한, 아쉬운, 강인한 색이었다.

 

 

 

 

 

세 개의 수평 구성 – 3 horizontal configurations

 

세 개의 수평을 위한 수직 구성 – 3 vertical configurations for horizontal

 

감정-색의 섬세한 전이 과정을 통해 심리적 평정을 찾고 싶었다. 수평은 나에게 그런 것이다. 수직도 수평을 위해 존재한다.

 

 

Drawing Wall

 

새로운 영감을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종이 위에 작업을 한다. 만족할 만큼 완성되면 종이 위의 작업은 캔버스로 보다 크고 섬세하게 옮겨진다. 때론 종이 위의 작업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고 어떤 경우엔 종이작업을 거치지 않고 캔버스 위에 직접적으로 작업하기도 한다.

 

종이 위에 작업은 그래서 나에겐 영감을 받은 그 순간의 원재료와 같다. 재료비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모든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하면서 자유로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