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바치오(Chief editor at IdeelArt)와의 이메일 인터뷰
K. L: “Drawing for color as adjective”에 기록된 색들은 여러 날에 걸쳐 내 안에 있던 그 단어의 감정들을 찾고, 다시 되뇌고, 큰 덩어리의 감정에서 작은 단위의 감정으로 분리하는 과정의 반복을 거쳐서 만들어집니다. 2012년부터 오늘까지 나는 이런 과정을 통해 291개의 서로 다른 색-감정을 연결하는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이고 내적이며 개별적인 감정에 대한 분석적 과정이지만, 완벽할 수 없고 주관적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만들어진 색은 나를 이루는 하나의 단위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위 요소(형용사로서의 색채)로 이제는 나와 관계된 세계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다시 그 감정-색들은 서로 엮이고 뭉쳐지고 교차됩니다.
P. B : ‘색으로 쓰다’ 시리즈에서 보이는 형태들에서 강한 감정이 전해집니다. 이러한 ‘색채적 문장’들은 관찰자의 눈이 그것들을 탐색할 때, ‘일정 범위 안의 감정들’과 소통하기 위함인가요, 아니면 이러한 구성들은 ‘단일 감정’과의 소통을 위함인가요?
K. L: 그 하나의 느낌은 다양하고 개별적인 감정들로 구성된 전체일 수도 있다는 걸 그린 것입니다. 작가가 단 하나의 느낌을 타인에게 미술로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모든 작업은 내가 일상에서 느꼈던 추상적인 감정과 생각의 표현인데 관람자들은 분명 서로 다르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 다른 차이가 바로 나는 삶과 예술의 존재가치라고 생각합니다.
P. B : “Not Yet”시리즈와 “Lines”시리즈에서 형태는 “Emotional Color Chart”시리즈와 달리 색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칩니다. 색상이 형태에 따라 어떻게 변한다고 생각하나요?
K. L: 나에겐 계획적으로 구성하는 작업 과정이 있고, 우연적이고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형태가 있고 무의식적인 형태가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Emotional Color Chart”시리즈는 전적으로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구성된 작업입니다. “Not Yet”시리즈는 그와 정반대로 아무런 구성 의도 없이 우연에 의지한 작업입니다. 그 중간에 “Lines”시리즈가 있습니다. 라인테이프를 붙이면서 계획적으로 구성하는데, 붓으로 숨을 고르며 라인을 따라 칠할 때는 우연에 기반합니다. 결국 하나의 라인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윤곽선을 갖게 됩니다. 형태는 나의 의지에 따라 변합니다. 그래서 개별적인 단어-색상은 전체 화면 구성에 자신만의 영역을 갖게 됩니다.
P. B :“Lines_Own rules”와 같은 일부 작품에서는 쓰인 단어가 포함됩니다. 어떻게 쓰인 언어가 당신의 작업 방법에 부합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K. L: 처음엔 색상의 중복을 피하고 내가 스스로 기억하기 위해서 표기했습니다. 종이 위에 작업할 때는 대부분 표기를 하는데 전체 그림의 이미지와 더불어 그 의미도 함께 전달되기를 원했습니다. 커다란 크기의 캔버스 작업에서는 전체 구성에 방해될 수 있어 표기를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P. B : 최근에 당신에게서 “바실리 칸딘스키와 다른 많은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일반적인 견해와 매우 다릅니다. 그들의 예술적 관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라는 부분을 읽었는데, 이 생각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K. L: 나는 그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스스로 나의 작은 우주를 인식한다면, 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예술적으로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요? 추상미술에 있어서 위대한 칸딘스키와 미니멀 아트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에 특별히 도전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나는 그들의 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자기주장에 대한 믿음이 부럽습니다. 나는 언제나 흔들리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사실도 일 년 후엔 다시 반대로 바뀌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세계는 이렇게도 모호하고 순간적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P. B : 작업에 사용하는 기술적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K. L: 드로잉을 통해 만들어진 색에 다른 물리적인 방법-물을 섞거나 다른 색과 혼합해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미 색상-채도-명도가 혼합된 상태에서 결정되고 선택된 색상이므로, 나에게는 고유색입니다. 나의 홈페이지에 있는 작품들 중에서 “Abstract”에 속한 작품들은 대부분 외적이거나 내적인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꺼운 테이프를 양 옆에 붙이고 그 사이에 물감을 수 차례 반복해서 칠한 후 건조합니다. 그 다음에 그 위에 있는 칸에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각각의 색상이 갖는 고유의 느낌을 그대로 그림 위에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매우 조금씩 채도와 명도, 색상까지도 변화하면서 모든 색들은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게 되죠. 이때부터 나는 각각의 이름 없는 색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사실은 그 이름 없다는 무명의 개념에 나를 대입시켰습니다. 그 색들은 곧 나라는 생각 – 매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면서 변화하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혹은 나의 강한 의지에 따라서 나의 일상이 변화하는 것에 대한 은유. 그런 인식은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스스로 조색하는데 영향을 주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물감을 혼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름 없음에서 고유한 이름을 부여받아 화면 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갖는 색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형용사로서의 색채 시리즈의 캔버스 작업은 선택된 색상을 단색으로 수차례 칠합니다. 레이저 컷팅된 문자의 음각을 그림 하단에 배치, 같은 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채워준 다음 떼어냅니다. 5미터 밖에서 그림을 관찰하면 문자가 보이지 않지만 그림에 다가갈수록 문자의 그림자와 함께 읽을 수 있는 형태가 드러납니다. 그 정도가 관람자가 그림으로 다가오는 동안 자신 안에서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이 시리즈는 의도적으로 작은 크기라고 생각되는 53×45.4cm로 그리고 있습니다.
P. B : 최근에 당신은 ‘태화강 국제 설치미술제 2018’에서 야외 설치작업을 끝냈습니다. 그 작업은 도구나 테크닉, 그리고 재료적 특성에 있어서도 당신의 평상시 작업과는 꽤 다른 면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러한 본질이 당신이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K. L: 이 작품은 2018년 2월부터 기획한 작품으로 미술감독과 메신저와 전화, 미팅을 통해서 페스티벌에 대한 감독의 개념과 나의 작품을 조율하면서 제작되었습니다. 회화작품을 야외에 설치한다는 것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영구 설치가 아니라 페스티벌 기간 동안만 유지되는 일시적이고 장소 특정적인 작품으로 특정 주제 – 특히 나에게는 죽음과 제의라는 테마가 주어졌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그동안 수없이 목격했던 로드킬에 대한 나의 애도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나의 여러 작업 중 “Painted”시리즈로 구성된 파빌리온 구조가 도시 강변의 복잡한 환경 속에서 그 의도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작품은 페스티벌 후 폐기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저렴한 합판 위에 아크릴물감으로 작업했습니다. 나의 작업 과정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캔버스에서 합판으로 지지대가 변했기 때문에 방수처리와 UV 바니쉬 과정을 추가하고 작품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대부분 이렇게 새로운 개념과 구조를 실험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주제와 개념을 생각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기에 이런 프로젝트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P. B : 작업을 계속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무엇인가요?
K. L: 감각적으로 살아있다는 느낌과 끊임없이 내게 감흥을 주는 자연, 그리고 작가로서 불규칙하고 불안한 생활.
P. B : 갤러리 초이에서 전시할 작품에 대해 말해 주세요.
K. L: 갤러리와 협의 후에 결정하겠지만,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작업들 중에서 고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갤러리는 2018년의 새로운 작업들을 원합니다. 갤러리에서 작업들을 고르고 저는 그에 따른 자료를 드릴 예정입니다.
P. B :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K. L: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나의 기본 작업 과정인 Drawing for color as adjective”에 소홀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제한된 형용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아직은 분리하지 못한 언어와 색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새로운 형식을 구상하는 것과 동시에 이름 없는 단어-색을 찾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P. B : 과거에 해오시던 작업 중에서 그 작업은 이제 끝을 맺은 것 같다거나, 더 이상 추구할 만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든가 하는 작업들이 있나요?
K. L: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특히 나의 작업은 연속적입니다. 예를 들면, “추상” 계열의 작업들은 “형용사로서의 색채”로 이어졌습니다. 2001년 쌈지 스페이스에서 진행했던 캐서린 움스테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는 이후 문자 작업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018 년 10 월 6 일, 이 경.
An Email Interview with Phillip Barcio (Chief editor at IdeelArt)
P. B: What do you mean when you say you search for how to use color as an adjective?
K. L: The colors recorded in “Drawing for Color as Adjective” are created over several days, by finding and replaying the emotions of the words in me, by repeating the process of separating them from large masses of emotions into smaller ones.
From 2012 on, through this process I created colors as adjectives that connect 291 different colors and emotions. Although it is an analytical process of my personal, internal and individual feelings, it is yet, I think, incomplete and subjective. The colors created through this process result in a unit element of what makes me. Now, this unit element “Color as Adjective” is connecting myself to the world related to me. To express the unit element, the emotions-colors are again interwoven, united and crossed.
So that is what I mean, when I say “I search for how to use color as an adjective”.
P. B: The shapes in your “Writing in Color” series convey strong emotions. Do you intend for these “color sentences” to communicate a range of feelings as the eye travels over them, or do you hope the composition communicates a singular feeling?
K. L: The singular feeling may be composed of various individual feelings. Would it be possible for the artist to convey a single feeling to others as art? All of my work is an expression of the abstract feelings and thoughts I have felt in my daily life, and the viewers will definitely think differently. I think that the difference created between I and viewers is where life and art make their value.
P. B: In your “Not Yet” series, and “Lines” series, the shapes affect how I perceive the color differently from in the “Emotional Color Chart” series. How do you think color is altered by shape?
K. L: I have one completely planned work process, and another consisted in working with coincidence and improvisation. Along with those processes, there would be forms consciously controlled and unconsciously revealed.“Emotional Color Chart” series is completely planned one beforehand. “Not Yet” series is conversely a job that relies on coincidence without any configuration intended. In the middle is the “Lines” series. I make a deliberate arrangement with a line tape attached, but when brushing and painting along the lines in a breath, it is based on coincidence. As a result, one line has two different outlines.
For me the form changes according to the will. So that individual word-colors have their own area in the entire configuration of the work.
P. B: In some of your works, such as “Lines_Own Rules,” you include written words. Can you talk to me about how written language fits into your method?
K. L: At first I began annotating in the blank of works in order to avoid duplication of color and for myself to remember the words and colors. When working on paper, I usually notate the words because I want the meaning of the words carried along with entire image of the work. Notating on large canvas work is deliberately limited since it has a risk to interfere in the overall configuration of the work.
P. B: I recently read a comment from you that said, “My thoughts on Wassily Kandinsky and many other Minimalist are very different from the general perspective. I do not agree with their artistic viewpoint.” Would you please elaborate on this?
K. L: Even now, I still think so. Even if I recognize my little universe as opposed to their idea, I think there will be still a part of it that can communicate with others. Is it possible to artfully satisfy everyone? There is no particular challenge to the general view of the great Kandinsky and Minimalism in Abstract Art. Rather, I am envious of their firm belief in their art and in their self-assertion.
I am always moving. I do not think there is anything definite. Over time scientific facts have also witnessed frequent reversals. I am recording it because is so vague and instantaneous.
P. B: Please describe for me in detail the technical method that you follow when you paint.
K. L: The colors expressed in my drawings are not made by being technically mixed with other colors or diluted with water. The colors are decided in considering the combination of different elements such as combination of ‘Color-Saturation-Brightness’. In this regard, each color decided is unique hue to me.
Of the works on my homepage, most of the works belonging to “Abstract” are external or internal scenes. Put a thick tape on both sides, then paint, then dry. This process is repeated over and over in the box, then I repeat it on the box above. This is because I want to express the unique feel of each color on the work. All the colors together create a big image of work, with very little change in saturation, lightness, and color. From this moment on, I am fascinated by the beauty of each unnamed color, thus, it gave me the idea of namelessness. I have an idea that the colors are “me”. And the colors are the metaphor for the change of my daily life according to the strength of my will, or the change in my own perception as time passes, regardless of my own will. Such awareness influenced the colors as adjectives to color themselves. The paint (or the color) created from such influence are independently used without mixing colors in order to be a color that has its own area on the scress with unique name derived (or given) from being nameless.
In the series of work, “Color as an Adjective”, chosen colors are applied in monochrome alongside the characters of an adjective that seems to be embossed on the canvas. Laser-cut characters whose thickness is hardly sensed are added onto a canvas completely applied with paint, and then paints are used to cover them repetitively. Detached after being completely dried, the characters, which would be seen 5 meters from the canvas, appear with thin shadows, distinguished from them as you get closer to the canvas. The time consumed to approach the canvas, I think, creates enough distance for viewers to imagine themselves about the work. That’s why the series is intentionally set at a size of 53×45.4 cm, which can be considered as a small size.
P. B: You recently completed an outdoor installation for the Taehwa River Eco Art Festival 2018. The works required the use of different tools and techniques, and the materials you used in this installation are quite different from the ones you usually work with. Could you describe the essence of the work, and how the essence differed from other bodies of work you have done?
K. L: This work was planned in February 2018, and it was produced by coordinating my artwork with the concept of the festival’s art director through online messages, phone calls, and meetings. I was curious as I installed it outdoors. It is not a permanent installation. It is site-specific, temporary piece of art displayed only during the festival, with specific themes – especially the theme of death and ritual.
After much thought, I tried to express my mourning for Road Kill, which I had witnessed many times. Among my many series, I thought that the pavilion structure composed of “Painted” series could express its intention in the complex environment of the city’s riverside. Since my work was going to be discarded after the festival, I worked on cheap plywood with acrylic paints (cheap industrial water-paint could not make the color I wanted).
Nothing was fundamentally different from my work-process. Because the support changed from canvas to plywood, I added waterproofing and UV varnish processes and needed the help of others because of increased size of the work.
So far, I’ve been working on several projects, mostly experimenting with new concepts and structures. These projects give me different experiences, to think about topics and concepts which are always interesting.
P. B: What is the most important idea that drives you to continue to work?
K. L: The Feeling that I am sensually alive, the Nature that constantly gives me inspiration, and the irregular and unstable life as an artist.
P. B: Please tell me about the work that you will exhibit at Galerie Choi Seoul.
K. L: I will decide after consulting with the gallery. I would like to select works from 2016 to 2018, but the gallery wants new works from 2018. The gallery will choose the works and I will prepare for what the gallery wants.
P. B: What are you working on right now?
K. L: While I was working on the other project (or the art festival above), I neglected my basic work process, Drawing for color as adjective. It is not easy to find adjectives that are limited in time. Yet there are still many languages and colors that have not yet been separated. It is time to focus on finding the unnamed word-color as I envision a series of new formats.
P. B: Are there any ideas that you have worked on in the past that you feel you have finished with, or that you no longer feel inspired to pursue?
K. L: Not at all. Everything is connected to each other. Especially, my work is continuous. For example, the work of the “Abstract” series led to “Color as an Adjective”. I think the collaborative project with Katherine Umsted in Ssamzie Space in 2001 has affected the text work since then.
0n October 6, 2018. Lee Kyong.
Translated by Yun Hankyoung
Color as Adjective III, Gallery CHOI, 2018, Seoul,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