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노트 2020
과거와 같은 계절 하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의 감각,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기록하다.
그 어딘가에_Situated somewhere
두 개의 서로 다르거나 혹은 비슷한 감정, 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던 상태.
두 개의 형용사로서의 색채- 그 두가지 감성 사이에 있을 것만 같은, 아직은 내가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과 색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내 마음이 저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아직은 알 수 없는, 그것.
우연한 과 감동적인 그 사이 어딘가에 …
위엄있는 과 섬뜩한 사이,
모호한 과 깊은 사이, 그 어딘가에…
정의하지 못한 색의 기록_Record of undefined colors
눈부신 날 대기의 어떤 부분같은 머릿속 환영의 흔적처럼 아직은 알 수 없던, 그것의 실체다. 백색의 평면은 그것을 기록하는 메모지다.
2012년 처음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시작한 이후 나는 평균 해마다 30여개의 색채를 조색했다. 로얄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있었던 2014년엔 전시에 대한 기대와 흥분, 우울과 긴장으로 가장 많은 70여개의 색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 그런 시간이 지속되지는 않았다. 2020년 1월 “형용사로서의 색채: 순조로운”의 색을 감지한 지 5주에 걸처 만들었다. 그 이후 나는 단 한개의 색도 만들지 못했다. 따뜻한 봄이 일찍 오고 있었고 자연은 거친 땅을 밀고 올라오는 새싹의 질긴 생명력과 창백하던 겨울 하늘빛에서 찬란한 하늘색으로 점점 변화하고 있었다. 나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온갖 색들을 감지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시기,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교외,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생활하던 나의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래서 그 알 수 없던 감정상태는 서서히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3월 말이 되어서야 더 이상 색과 단어의 연결이 당분간은 어렵겠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럼에도 나의 성실성은 끊임없이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고, 시도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실패했다.
그 이유는 나의 작업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연은, 나를 둘러싼 이 세계는 고맙게도 언제나 새로운 색으로 감흥을 준다. 그 감흥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좀 더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공감하기 위해 나는 ‘형용사’를 찾는다.
그런데 그 이후 나는 더 이상 색과 형용사를 연결할 수 없었다. 쏟아지는 색들의 축제와 같은 봄날임에도, 눈을 통해 마음에 와 닿는 색임에도 형용사를 찾을 수 없었다. 코로나19에 관한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 대한 걱정과 지금은 북한 뉴스까지 더해져 시사 뉴스에 몰입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이미 수년 전 어느 순간엔가 어렴풋이 예상했던 것 – 수 많은 색을 모두 형용사화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내가 알고 있는 언어의 한계를 절감한다. 그럼에도 마음에 와 닿는 그 색의 감흥은 붙잡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기록한다. 아직 언어로 연결하지 못한 채 머릿속에서 다른 색들과 뒤섞여 맴돌고 있는, 언젠가 하나의 형용사로서의 색채가 될 그것.
어둠 속의 독백_Monologue in the dark
달 없는 밤
산등성이의 경계도 불분명한 어둠 속에서
마치 별빛처럼 반짝이는 누군가의 흔적
가만히 바라보면
작은 소리로 내게 대화를 하는 것 같은
그들의 존재-독백
새벽이 오면 사라지는
절대 상태/수평_Absolute Horizontality
우리는 지구에서 똑바로 서 있다고 생각하고 수평선을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는 지구 자전축이 23.5도 기울져 있어 상상 속의 수평과는 그 만큼 차이가 있다. 이 사실에 주목하여 종이 위에 직사각형을 그리고 23.5도의 기울어진 사선으로 분할, 드로잉한다. 서로 다른 감성의 색채를 채우고, 직사각형 자체의 각도를 다양하게 변화시킴으로써 감정의 수평 상태 –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쉼없이 자전과 공전으로 돌고 있는 이 지구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를 생각해 본다.
캔버스 위에는 서로 상반된 개념 또는 유사한 개념의 단어와 색채를 다양하게 조합, 하나의 색에서 다른 색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5mm의 간격과 23.5도의 기울어진 각도로 그린다. 기울어진 상태가 절대적인 수평 상태임을 단 두 개의 형용사로 명명된 감정색과 반복되는 색면으로 강조한다. 형식적으로 하드엣지한 이 작업은 색과 색 사이를 채우는 이름없는 색들로 아직 명명되지 않은 상상의 색과 언어의 실재를 드러내며 단순한 하드엣지의 형식을 벗어나고자 한다.
시월의 초록_Green of the October
작업을 구상할 때 “녹색”은 다른 색과의 조화가 쉽지 않다. 주변에 흔한 색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색상의 채도와 명도를 조절한다고 해도 다른 색과 배치하면 혼자 튀어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래서 녹색의 그림이 내게는 적은 편이다. 또한 녹색이 주는 감성이 일반적이고 확고한 편이어서 특별한 감정을 느껴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2013년 10월 초의 어느 날 이후, 나에게 “녹색”은 특별한 색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주거 문제로 인해 나는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몇 년을 왕래하던 그 길은 내겐 너무나 익숙한 도로였는데, 눈앞으로 불쑥 쳐들어오는 녹색의 두 덩어리가 나를 엄습했다. 가을은 아직 오지 않아 단풍의 기미가 전혀 없던 여름의 끝자락, 지쳐가는 녹색 잎들의 거대한 덩어리에 두려움과 불안함, 이유 모를 긴장이 온몸을 감싸 안아, 식은땀이 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를 쫓아오는 듯했던 그 덩어리는 길 끝 부분 하얀 건물이 실체를 드러내자 서서히 사라졌다.
무엇이었을까? 하나의 언어나 색채로는 확신할 수 없는 그 느낌은 분명한 실체가 있었다. 아마도 나의 개인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일상의 평범한 오후,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계절의 흐름 앞에 조화롭고 편안하며 심신의 안정을 준다는 바로 그 자연의 색을 거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의 주거 및 작업의 공간을 찾아 경제 상황에 맞춰 점점 더 깊은 숲 속으로, 사람들이 찾지 않아 저렴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고 사실은 “녹색”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하지 않던 일을 갑자기 겪어야 했기 때문에 그 상황을 거부하고자 했던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게는 특별하고 새로운 감성과 경험으로 “녹색”을 대할 수 있었다. 안정감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색채가 어떤 순간, 어떤 형태로 다가설 경우엔 전혀 새로운 감성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이제는 더 이상 녹색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것이 아닌, 주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기도 한다.
2020, ⓒ 이경
Artist Statement 2020
The state that I was unable to grab a border between two different or similar feelings.
Situated somewhere
The color as two adjectives reveals, perhaps between the two senses, the feelings, and colors that I have not named. I imagine that my mind is located ‘somewhere’ between them. The location is unknown yet.
Somewhere between accidental and touching,
Between majestic and eerie,
Between blurry and deep, Situated somewhere.
Record of undefined colors
This is the true nature of it, which was unknown yet, like some part of the atmosphere in a dazzling day, and as the traces of the phantasm in my head. The white flat surface is a memo paper to record it.
Since starting my color as an adjective in 2012, I have averaged over 30 colors each year. In 2014, when there was a solo exhibition at the Royal Gallery, 70 of the most colors were created with expectations, excitement, depression, and tension for the exhibition, but that time has not persisted since then. In January 2020, it was created over five weeks after detecting the color of “color as an adjective: smooth”. Since then, I have not been able to create a single color. Warm spring was coming early, and nature was gradually changing from the tough vitality of the buds pushing up the rough ground and the pale winter sky blue to a brilliant sky blue. Corona 19 occurred when I was gradually stretching and preparing my mind to detect all kinds of colors.
Suburbs and humans were not intended in rare places, but there was no significant change in my daily life while keeping social distance. So, the unknown emotional state was gradually felt. And it wasn’t until the end of March that the connection between color and word would be difficult for the time being. Nevertheless, my sincerity constantly tried to overcome it and tried. And so far it has failed.
I know the reason is in my work process. Nature, the world around me, thankfully always impresses with new colors. In order to empathize the inspiration with others more directly and clearly, I look for ‘adjectives’. However, after that, I could no longer connect colors and adjectives. Even though it was a spring day like a festival of pouring colors, it was a color that touched my heart through my eyes, but I couldn’t find an adjective. Worried about other distant countries about Corona 19, and now North Korea news has been added to the news.
Eventually, I decided to find another way. What I had dimly anticipated at a moment some years ago-I can’t make all of the many colors! To do so, it reduces the limitations of the language I know. Nevertheless, I wanted to capture the inspiration of the color that touches my heart. So now I record. It will become a color as an adjective one day, mingling with other colors in the head without connecting with the language yet.
(Automatically translated from Korean to English by Google, there may be a mistranslation)
Monologue in the dark
A moonless night
The boundary of the ridge is also in the unclear darkness
The trail of someone glittering like a starlight
When I look at it quietly
Like talking to me in a small voice
Their presence – monologue
Disappears when dawn comes.
Absolute Horizontality
We tend to think we stand upright on Earth since we envision a horizontal line. There is, however, a gap between actual and imaginary horizons since the axis of the Earth is tilted at approximately 23.5 degrees. Paying heed to this fact, I draw a rectangle on paper and divide it using a diagonal line with an inclination of 23.5 degrees. I believe that it is possible to maintain a horizontal state of emotions—a peace of mind despite the Earth’s revolution and rotation—by filling the colors of mutually different emotions and diversely changing the angles of the rectangle.
I diversely blend words and colors with contrasting or similar connotations in the canvas. A process of shifting from one color to another is depicted with the space of 5 mm and a tilt of 23. 5 degrees. The fact that this slanted state is in an absolute horizontal state is underlined with emotional colors couched in two adjectives and repetitive color fields. Hard-edge in terms of form, this work uncovers the nature of imaginary colors not named yet and the reality of language and makes a foray into escaping the form of simple hard-edge.
Green in October
When conceptualizing a work, it is not easy to harmonize “green color” with the others. That’s because it is a common color everywhere and it seems to be vivid alone if placed with other colors although its saturation and brightness are controlled. That is also because the feeling that green color gives tends to be so ordinary and firm that I had not felt anything special. It is true at least to me, which is the reason why there are less green paintings done by me.
However, since the early October of 2013, “green color” has become a special color to me. I was driving on a highway due to the housing issue that I suddenly came to face. The route was a very familiar one to me, but two masses of green hit me all of sudden. It was the end of the summer when there was no sign of the autumn colors yet. And, I felt faint getting cold sweats because of the fear and anxiety from the giant mass of the weary green leaves, and the tension that wrapped my whole body. The mass that seemed to be chasing me faded when a white building appeared at the end of the route.
What was it? The feeling that I was not sure about with one language or a color had a substance. Perhaps, that was because, facing the natural flow of seasons in a common afternoon, my personally and mentally unstable state was denying the color of nature so called the color of harmony that eases people’s mind and body. Or, it might be like that because I was seeking for the space to stay and work, which was cheaper as people didn’t want, due to my poor economic condition, and, in fact, I didn’t deny the “green” but I tried to deny my situation since I unexpectedly had to go through an unplanned thing.
Above all, I was able to look at “green” with a new feeling and experience, which was special to me. The color, a byword for stability, could be felt as a totally new feeling when approached with a different form at a certain point of time, and the green could be perceived as something unhealthy and unstable depending on the situation.
(Translated by Shin Seungchan, Shin Seungmu)
2020, ⓒ Lee Kyong
Color as Adjective IV, Gallery WOW, 2020, Seoul,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