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지어지지 않은 단어-색 찾기: 이경의 미술
필립 바치오 (Ideelart 편집장)
2018. 11. 8 – 12. 5, 갤러리 초이
한국 작가인 이경에게 있어 ‘색’은 그녀가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을 기록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수 년동안, 이경은 형용사로서 색채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를 해왔다. 그것은 감정적 본질의 속성을 어떻게 잡아내고 그와 상응하는 색조를 어떻게 발견해 내는가에 대한 것이다.
‘색’에 배어있는 어떤 것이 ‘감정적 상태’를 말한다는 것은 잊혀지지 않는 아이디어다. ‘색’과 ‘형용사’는 둘 다 자연적 대상물을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이다. ‘단어-색’은 우리에게 색의 진정한 속성을 사유할 시간을 갖게 할 뿐 아니라 감정의 목적과 언어의 한계를 살펴보게 하기도 한다.
‘형용사로서의 색채’ 시리즈는 작가가 캔버스 표면에 한글로 쓰인 형용사 단어를 양각으로 얹음으로써 시작된다. 형용사의 의미를 사유하면서, 작가는 그녀의 감정적 반응에 상응하는 색을 찾는 과정에 착수한다. 그리고 그 색을 표면에 단색으로 칠한다.
작가가 지적함과 같이, 결과는 주관적이다. ‘매력적인’, ‘신기한’, ‘차분한’과 같이 이미 잘 규명된 것 같은 형용사들 역시 상대적이다. ‘색’에 대한 의미는 이보다 더 개인적이다. 세상의 어떤 색조도 모든 이에게 같게 보이는 법은 없을 뿐 아니라, 동일한 감정적 연상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다. 누군가에게 ‘열정적인’을 나타내는 단어-색 조합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장이 시린’ 의미를 남기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이경 작가의 용기가 분명해진다. 작가는 그녀 자신이 보편성을 위해 분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솔직하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만들어지는 일시적인 느낌의 구체적인 증거로 자신만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각각의 그림은 기억이다.
작가가 가질 수 있는 통제는 형식적 선택 뿐이다. (그녀는) 작업할 단어, 색, 표면과 규모를 결정한다.
이경은 관찰자가 그녀의 작업 안에 쓰인 기호들을 인지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해 분석하고, 그 단어가 처음에는 숨겨져 보이는 정도의 규모로 작업을 한정한다. 일정 시간 이상을 더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단어들이 표면에 떠오른다. 마침내 여러 연결고리들이 만났을 때, 관찰자는 작가가 의도했던 것과 같은 느낌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각각의 새로운 관찰자들에게 작가의 의도 전달은 좌절되었을지 몰라도, 오해(라는 이해)는 여전히 구축될 수 있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나는 291가지의 각기 다른 색과 감정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결 짓는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만드는 작업을 해 왔다. [이 그림들 안에] 기록되는 색들은 많은 날에 걸쳐 작가인 내 안에 존재하는 감정의 단어들을 찾아내어 재생하고, 작은 감정의 조각들을 큰 감정의 덩어리들로부터 분리해 내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며, 개별적인 감정에 대한 분석적 과정이다. 그렇기에 이 과정은 불완전하고 주관적이지만, 한편으로 단어-색이 만들어 내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실체의 부분이 된다고 생각한다.”
‘감정색상표’, ‘아직은 아닌’, ‘선’과 ‘색으로 쓰다’ 같은 작가의 작업들은 모두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그녀의 연구로부터 진화해 온 작업들이다. 그것들은 연속체의 부분이지만, 각각의 시리즈는 각자의 독특한 미학적 위치를 담고 있고, 작가의 의지에 어떠한 관계성을 가지고 표현되어지느냐에 의해 그 부분적 차별성을 갖는다.
‘감정색상표’ 시리즈에 있는 작업들은 모두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획되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안정된 구조를 가진 구성요소와 색채의 점층적 그라데이션 안에서 그 울림을 같이 한다. 대조적으로, ‘아직은 아닌’ 시리즈는 극과 극처럼 다르게 의도된 작업이다. 이 작업은 완벽하게 우연성에 기댄 작업으로 어떠한 미리 계획된 형태도 가지지 않는다. 이렇듯 계획되지 않은 구성을 계획하는 것을 통해, 작가는 색채의 감정적 함유물들이 형태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중에, ‘선’ 시리즈는 이들 양 지점 어딘가 중간에 위치한다. 작가는 의도적 배열 안에서 테이프를 이용해 선을 표시한다. 하지만, 그 선을 가로지르는 그녀의 붓질은 몸짓을 통하는 직관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각각의 선은 두 가지의 다른 테두리를 갖는데, 하나가 제어된 선이라면 다른 하나는 자유로운 선이다.
‘색으로 쓰다’ 시리즈에서 작가는 단어-색의 조합을 ‘문구’나 ‘문단’으로 나타내면서 단어-색에 대한 탐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작가가 이 시리즈의 작업에서 읽혀지길 의도하는 것은 ‘다양한 개별적 감정으로 이루어진 단일 감정’이다. 하지만 작가는 한편으로 그녀가 작업을 할 때 경험했던 감정들과 같은 감정들을 관찰자들이 작업을 보면서 경험할 것에 대해서 경계를 표하기도 한다.
이경은 말한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단 한 가지의 감정만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내 모든 작업은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느끼는 추상적 감정과 생각들에 대한 하나의 표현이지만, 관찰자들은 분명히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예술적으로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나는 항상 흔들린다. 명확한 것은 어떤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삶과 예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경이 하고 있는 것은 개인적인 것이다. 그 작업이 이해를 받든, 오해를 사든 그것은 그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작업이 그녀 자신에 대해, 그녀의 삶에 대해, 그녀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세계 안에서 그녀의 경험에 대해 진실되게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녀가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여기서 관건은 바로 그녀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을 위치시키는 것이다.
색, 형태, 선, 기호 등은 이경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형식 언어이다. 삶의 순간들은 지나가고, 곧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러한 단어-색 작업들을 통해 이경은 그녀 자신을 구축하고, 존재를 (물리적) 몸 너머로, 그리고 자아 너머로 확장해 나가며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녀의 그림은 감각적으로 살아있고 자연에 의해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 사람의 내면세계의 스냅샷이다. 이경은 말한다. “모든 색이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든다. 그리고 그 색들은 바로 ‘나’라고 생각한다.”
2018 ⓒ 필립 바치오
번역: 윤한경
FINDING THE UNNAMED WORD-COLOR: THE ART OF KYONG LEE
Phillip Barcio (Ideelart Chief editor)
For Korean artist Kyong Lee, color is a way of recording her experience of being alive. For years, Kyong has been on a search for how to use color as an adjective: how to grasp the emotional essence of an attribute and discover its corresponding hue.
It is a haunting idea, that embedded within colors are emotional states. Colors and adjectives are both modifiers capable of elucidating the nature of objects. Word-colors invite us not only to contemplate the true nature of color, but also to examine the purpose of emotions and the limitations of language.
For her “Color as Adjective” series, Kyong starts by embossing the written symbol for an adjective into the surface of a canvas using Hangul script. While contemplating the meaning of the adjective, she embarks on a process of discovering the color that corresponds to her emotional response. She then applies that color in monochrome to the surface.
As Kyong points out, results are subjective. The meaning of even well-defined adjectives, like attractive, mysterious, and even-minded, is relative. The meaning of color is even more personal. No single hue looks the same to everyone, nor inspires the same emotional association. What to one viewer is the perfect word-color for “passionate” might in another leave the heart cold.
This is where Kyong’s bravery becomes clear. She is honest about the fact that she is not striving for universalities. She is recording moments of her own existence, creating concrete relics of ephemeral feelings as they slip through time. Each painting is a memory.
The only control she has is in her formal choices. She decides on the word, the color, the surface, and the scale.
Kyong has analyzed the distance from which viewers can perceive the written symbols in her works. She works at a scale that causes the words to be hidden at first. Only after prolonged viewing does the script emerge. When the connection is finally made, the viewer may not feel the same feeling as Kyong intended. But though the intent of the artist might be foiled by each new viewer, misunderstandings can still be constructive.
Says Kyong:
“I have created colors as adjectives that connect 291 different colors and emotions through this process. The colors recorded in [these paintings] are created over the course of many days, by finding and replaying the emotions of the words inside me, by repetition of the process of separating the words from large masses of emotions into small units of emotions. This is an analytical process of my personal, internal, and individual feelings. It is incomplete and subjective, and yet I think that the word-color created is part of the substance of who I am.”
Each of her others series, such as “Emotional Color Charts,” “Not Yet,” “Lines,” and “Writing in Color,” have evolved out of Kyong’s search for how to use color as an adjective. They are part of a continuum, however, each series also embodies a unique aesthetic position, differentiated in part by how it expresses its relationship to the artist’s will.
The works in the “Emotional Color Chart” series are entirely planned out from the beginning. This fact is echoed in the stable structure of the composition and in the gradual gradation of colors. Conversely, the “Not Yet” series is intended to be the polar opposite. It relies completely on coincidence without any premeditated configuration. By building unplanned compositions in this manner, Kyong is able to explore how the emotional content of color can be affected by shape. Meanwhile, the “Lines” series occupies a space somewhere in the middle. Kyong makes a deliberate arrangement by marking off lines with tape, but then she brushes across the lines in a gestural, intuitive way. Each line has two different edges—one that is controlled and one that is free.
In the “Writing in Color” series Kyong extends her search for word-colors, composing sets of word-colors like phrases or paragraphs. Kyong intends the works in this series to be read as “singular feelings composed of various individual feelings.” Yet she is also wary of suggesting that those who view these works will experience the same feelings she experienced while making them.
Says Kyong, “Would it be possible for the artist to convey a single feeling to others through art? All of my work is an expression of the abstract feelings and thoughts I have felt in my daily life, and the viewers will definitely think differently. Is it possible to artfully satisfy everyone? I always shake. I do not think there is anything definite. I think that it is in those differences that we find the value of life and art.”
What Kyong is doing is personal. Whether the work is understood or misunderstood is out of her control. What is important is whether she feels that the work communicates something truthful about herself, about her life, about her existence, about her experience with the world. This is the point: to understand herself and to map her experiences.
The colors, the forms, the lines, the symbols—these are the languages Kyong uses to speak herself into existence. The fleeting moments of life pass and are soon out of sight. With these word-colors, Kyong is constructing herself, extending her being beyond her body, beyond her identity, recording the fact that she is alive. Her paintings are snapshots of the inner world of someone who is sensually alive and inspired constantly by nature. Says Kyong, “All the colors make a big picture. I think the colors are me.”
2018 ⓒ Phillip Barcio
Color as Adjective III, Gallery CHOI, 2018, Seoul,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