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_ 잠시, 신이었던 것들 : 미래 난민의 신화

2018년 8월 30일 – 9월 9일
태화강 일대 (울산광역시 중구 태화강대공원 일대)

예술감독: 박수진

길 위의 생명을 위한 파빌리온 – Pavilion for Life on the Road
2018, Acrylic on Core plywood, Installation four lumps of Flat structure on the ground

일상에서 접하는 수 많은 죽음 가운데 하나인 로드킬-그 피빛 흔적은 언제나 문명과 자연, 인간과 또 다른 생명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이 작업은 나의 “형용사로서의 색채” 시리즈 중 하나인 “painted”시리즈를 임시적이고 조형적인 구조물과 연결하여 길 위의 생명을 위한 파빌리온으로 대지 위에 설치된다.

신중하게 선택된 10개의 단어-색채로 이루어진 구조물은 각각 <1면-뭉클한, 2면-굳센, 아로새긴, 3면-고독한, 소중한, 가련한, 4면-막연한, 두려운, 애끓는, 애틋한>이다. 이 작업은 모든 생명을 기리며 부르는 나의 애가이며, 하나의 제의적 제스처다.

어스름한 새벽
그들은 빛인 동시에 숨결
검초록 잡목 숲 사이로 빛나던 두 눈동자가 반짝이던 순간
심장이 멎을듯한 뭉클한 만남.

여리고 가냘픈 몸으로 태어나
아슬아슬한 야생의 길 위에서 생명을 향한 굳센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한 운명으로 길 위에 아로새긴
그들이 존재했던 찰나의 기록.

언제나 고독한,
하지만 소중한,
그래서 가련한,

막연한 내일이 없는 두려운 눈빛 애끓는 모정도 아랑곳없이
새벽녘 어스름 붉은 기운을 안고
검은 아스팔트 위로 내달리던 옅은 숨결은
간절히 바랐던 모든 것을 남겨둔 채 애틋한 마음만,
길 위에 처절하게 내려놓는다.

잠시 신이었던 그들은 빛인 동시에 숨결.

2018. 이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