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형용사로서의 색채로 만들어진 색-단어의 조합(CAA=Color as adjective)은 회화적 실험을 통해 의미체계로서 하나의 단위로 기능한다. 캔버스 혹은 좀 더 큰 종이나 벽 같은 평면 위에서 펼쳐지는 CAA는 무한히 늘어서는 교집합 또는 합집합의 구성으로 의미의 장(Sinnfeld/Sense field)을 이루며 다양하게 변화하는 맥락으로서의 또 다른 의미체계를 만들어낸다. 이 시리즈를 통해 나는 추상적인 질서와의 관계에 대한 나의 현실적, 감각적 의미의 장을 CAA를 매개로 펼쳐 놓는다. 조형 형식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로서의 다양한 CAA의 구성은 인간 감정의 모호성과 세계의 변화무쌍한 현상을 그리고 있다.

Emotional Color Field
Since 2017 ongoing, Various sizes, Acrylic on canvas

형용사로서의 색채 연작에서 나온 색과 감정언어로 구성된 색채-언어-유희(Farben-Sprachspiel).

사계절의 변화가 뚜렸한 나의 환경에서 시간의 흐름은 나의 일상과 감정을 지배하곤 한다. 차가운 얼음이 피부를 스치는 듯한 겨울과 뜨거운 스팀의 열기가 공기 중에 가득한 한여름의 무더위는 평온을 찾고자 하는 마음과는 달리 드라마틱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한다. 그런 날 나는 이 시리즈 작업을 위해 책상 위에 그 동안 만들어 놓은 형용사로서의 색채 컬러칩을 펼쳐 놓는다.
색상에 민감하면서도 형용사 단어와의 연관성을 고려하며 10개의 색을 선택한다. 이 색의 조합은 전적으로 우연적이다. 하지만 이 우연은 나 개인의 감정 상태 뿐만 아니라 계절, 날씨, 사회적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게 조합된다. 이 작업에서 내게 중요한 점은 그 순간의 진정성이다.

그 선택된 조합을 종이 위에 그리다가 이번엔 큰 캔버스 화면 위에 동일한 포맷으로 그렸다. 180cm는 나의 키보다 커서 내가 올려다 봐야하는 크기로 내가 그 앞에 서 있을 때 나의 시선을 온전히 채우는 크기다.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면 색면 왼쪽엔 해당 형용사 단어가 양각의 물감으로 그려져 있다. 10개 단어와 색의 조합은 때때로 열린 시적 포맷으로 보일 수 있다. 작품에서 제시하고 있는 색과 형용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자신의 형용사를 추가하거나 형용사 뒤에 자신만의 명사를 추가하며 하나의 시각적 시를 완성할 수 있다.


Horizontality and Grid

Since 2021 ongoing, Various sizes, Acrylic on canvas

2012년부터 시작한 나의 감정의 기록인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다시 돌아본다. 개인적 경험과 감정으로 만들어진 370개의 색으로부터 나는 그 시간에 충실하고자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2011년 검은 침묵과 하얀 망각의 시간을 경험한 이후 그리움으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변화무쌍한 나의 주변 환경 속에서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끈이 되었다. 형용사로 구성된 단어와 색채는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다양한 회화적 실험으로 변용되어 나의 감각 세계를 기록하기 위한 단서가 된다. 이 두 가지 시리즈는 지난 10년간 나의 감성적 생존의 기록이자 색으로 그려진 개인 연감이다. 가늘고 긴, 그 여린 숨결, 그 순간적인 감각의 실현/호흡이 얼마나 소중하고 살아있음이 감사한 것인지를 새롭게 자각하면서 치열했던 그 감각들을 수평과 격자(그리드) 형태로 질서화한 것이다.  
수평 시리즈의 경우 각 연도마다 다른 크기의 평면을 하얀 망각과 검은 침묵으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감각적 수평선이 하나의 사건처럼 색의 스펙트럼을 이루도록 구성했다.
Grid 시리즈의 경우엔 동일한 정사각의 평면 위에 같은 면적의 색으로 구성하기 위해 각 연도에서 색을 선별하여 무작위로 구성했다. 화면 위 동등한 면적의 격자형 컬러필드는 자연에서 내가 느낀 차이를 가진 반복을 확인하고 그 다양함의 질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 색면의 배열은 반복되는 자연과 나의 감성이 만나는 은유의 장으로 다른 크기의 평면에서는 다른 구성으로 변화된다.


Color as Adjective-Noun

Since 2022 ongoing, Various sizes, Acrylic on canvas

빛에 따라 색은 서로 다르게 보인다. 누가, 언제 보는가에 따라서도 다르게 보인다. 내게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특성로서의 색의 탐구가 아닌, 지금 나에게 그것이 어떻게 느껴지는가이다. 이 느낌은 매우 유동적이고 불명확하며 모호하다. 그래서 형용사다. 지금까지 나의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탐구해 왔다. 2012년 첫 시도 이후 지금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기록된 색–감정의 관계는 어떤 개념으로 설정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색의 관계를 실험할 수 있다.

현대 한국 사회는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지만 예술가로서의 개인적인 삶은 형용사로서의 색채가 보여주는 것처럼 때론 기뻤지만 대부분 불편하고 우울한 경험이 많았다. 기쁨의 순간은 짧게 공기 중에 흩어지고 우울함은 깊은 내면에서 솟아 올라온다. 분노는 붉게 염색하듯 시야를 흐리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신체 전체에 퍼져 불면의 밤을 선사한다. 그렇게 기록된 형용사로서의 색채 380여 개를 다시 바라보았을 때, 그동안 찾고자 노력했던 색–“아름다운” 색이 그곳에 있었다. 고통스러운, 아련한, 막막한, 어리석은, 친절한, 그리고 때론 평온했던 일상.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과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색의 조합. 지난 10년간 찾은 모든 색을 나는 하나의 명사 “아름다움”으로 정의한다.

색과 형용사의 구성은 전시공간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Color as Adjective (CAA) works as a unit of the semantic system through pictorial experiments. Unfurling on a canvas, paper, or a wall, CAA forges a sense field through compositions such as intersections and unions, engendering another meaning structure in various morphing contexts. Through this series, The field of my realistic, sensuous meaning pertaining to abstract order is unfolded through the medium of CAA. Diverse colors as adjectives and as a new formative style represent ambiguity in human emotions, portraying ever-changing phenomena in the world.

Emotional Color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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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izontality and Grid
Since 2021 ongoing, Various sizes, Acrylic on canvas

Color as Adjective-Noun
Since 2022 ongoing, Various sizes, Acrylic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