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Exhibition : 형용사로서의 색채 II – Color as adjective Ⅱ
2016. Aug. 30 – 2016. Dec. 07
갤러리아 센터시티, 천안 – Galleria centercity, Chonan
2010년 오픈한 갤러리아 센터시티는 네델란드 건축가인 ‘벤 반 버클(Ben van Berkel)’이 설계 디자인한 건물로 이중 벽 구조의 물결무늬 패턴과 흰색으로 통일된 내부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공간에서 색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작가 이경의 개인전을 개최함으로써 온전히 색에 대해 생각해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경은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을 색으로 기록하는 작가로 그녀의 작품은 스스로 느낀 감정과 경험을 담은 일기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경은 초기에는 다양한 두께의 띠로 색의 깊이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일련의 풍경을 암시하는 작업을 하였다. 구체적인 사건이나 그것에서 비롯된 형상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작가의 일상이 갖는 실재성을 그림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일상의 감정들을 시각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여 색과 감정을 연결해 색채화하는 조색 과정이 포함된 <형용사로서의 색채> 연작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는 새로운 <형용사로서의 색채> 연작과 삶의 양식을 기록하고 서술하기 위한 시도로서의 드로잉 신작들을 선보인다.
<형용사로서의 색채>는 2012년부터 시작한 시리즈로 일상에서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을 색채로 재현하는 작품이다. 감정의 변화에 따라 생기는 느낌을 조색과정을 거쳐 작가 고유의 색으로 만들고 그 색을 형용사 단어로 치환하여 그림에 새겨 넣었다. 색과 그 색이 담고 있는 감정의 언어를 캔버스에 그린 작품은 개념적이며 관념적인 해석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지만 작가는 감정에 대한 집중과 자유로운 상상을 자극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형태를 없애고 색만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기본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회화적 조형을 다루고 있는 다섯 종류의 드로잉 연작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형용사로서의 색채> 연작에서 나온 색과 감정을 나타내는 언어로 색채-유희(Farben-Spiel)를 보여주는 <감정색상표(Emotional Color Chart)> 연작과 정사각형 종이 위에 한 면을 개방한 직사각형 내부를 특정 감정의 색으로 채우거나 비우는 과정을 통해 채울 수 없는 욕망을 표현하고자 한 <칠하다(Painted)> 연작이 전시된다. 또한 직관적으로 선택한 9개의 색을 통해 감정의 뭉치를 보여주는 <덩어리(Die Masse)> 연작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실제 감지했던 복합적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똑바로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직사각형 안에 23.5도의 기울기 선을 긋고, 감성의 색채를 채우고, 직사각형 자체의 각도를 다양하게 변화시킴으로써 감정의 수평 상태를 보여주는 <절대 상태(수평)(Absolute Horizontality)> 연작과 기울어진 조건-질서 안에서 인간 감정의 불연속성을 끊어졌다가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으로 그리고 있는 감정 선(Emotional Line) 연작도 소개된다.
9층에 전시되고 있는 <형용사로서의 색채-겨울이지만, 새벽> 연작 10점은 2015년 겨울, 작가가 새벽녘 집을 나서 강의를 가는 길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애잔하고 스산한 겨울의 느낌부터 일출의 풍경에서 느끼는 경외로움, 추운 새벽 길을 나서며 드는 슬프고 희미한 감정, 또한 검은 겨울 나뭇가지의 끝에 매달린 검붉은 나뭇잎의 애잔한 떨림 등, 직접 보고 느낀 섬세한 감정을 색에 담은 연작이다.
작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과 내적 심리를 탐색하고 이를 색과 언어로 기록, 조형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경 작가의 이번 개인전을 통해서 작가가 만든 수많은 감정의 색과 조형 질서에 가까이 다가가며 마음 깊이 자리한 자신의 감정과 서로 교감해보길 바란다.
■ 63아트 미술관 기획
Photo by 63Art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