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MENT 2016

기술로서의 회화 – Painting as description
회화의 본질적인 구성요소의 하나인 색을 중심으로 삶의 다양한 양식(Form of life)을 기록하고 서술하기 (description)위한 시도는 가능할까? 이 질문을 시작으로 나는 색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드로잉과 회화의 형태로 다양하게 실험하고 있다.

나의 작업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상황과 사건들에 관한 나의 실존을 기록하는 것이다. 23.5도 기울어진 채 돌아가는 지구 위에서, 이상한 사건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아직 감각적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언어로 치환된 색을 만든다. 이는 불가해한 세계와 관계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며 불안한 현실과 마주하고 살아야 하는 한 개인의 감각적 고백이다. 나의 작업에서 평면은 주어진 회화의 조건이며 색과 형(Form)은 삶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서술하기 위한 하나의 체계(system) 또는 질서를 은유한다.
일상의 감정들을 시각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여 15분 단위의 시간과 색 감정을 연결해 색채화하는 조색 (mixing colors) 과정을 연작으로 표현한 ‘형용사로서의 색채’ 시리즈는 2012년에 시작하여 2016년 말 현재 230여 개의 색채로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단어(형용사)는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언어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환경 속에서 그 변화에 반응하고 행위하고 느꼈던 것으로, 욕망하고 기대하고 좌절하고 절망했던 순간의 내면적 기록(record)으로서의 감정 언어와 색의 조합이다.
형용사로서의 색채 시리즈는 2014년 이후 다양한 조형형식을 탐색하는 평면작업의 바탕으로써 색과 언어의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비유를 통해 현재 여기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감각적 실존을 기록하고 있다.

절대 상태/수평_Absolute Horizontality
그 조형탐색 중 하나는 “절대상태” 시리즈다. 우리는 지구에서 똑바로 서 있다고 생각하고 수평선을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는 지구 자전축이 23.5도 기울져 있어 상상 속의 수평과는 그 만큼 차이가 있다. 이 사실에 주목하여 종이 위에 직사각형을 그리고 23.5도의 기울어진 사선으로 분할, 드로잉한다. 서로 다른 감성의 색채를 채우고, 직사각형 자체의 각도를 다양하게 변화시킴으로써 감정의 수평 상태 –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쉼없이 자전과 공전으로 돌고 있는 이 지구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를 생각해 본다.
캔버스 위에는 서로 상반된 개념 또는 유사한 개념의 단어와 색채를 다양하게 조합, 하나의 색에서 다른 색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5mm의 간격과 23.5도의 기울어진 각도로 그린다. 기울어진 상태가 절대적인 수평 상태임을 단 두 개의 형용사로 명명된 감정색과 반복되는 색면으로 강조한다. 형식적으로 하드엣지한 이 작업은 색과 색 사이를 채우는 이름없는 색들로 아직 명명되지 않은 상상의 색과 언어의 실재를 드러내며 단순한 하드엣지의 형식을 벗어나고자 한다.

덩어리-Die Masse
‘덩어리-Die Masse’시리즈는 ‘형용사로서의 색채’에서 파생된 작업으로 사회에 속한 개인, 그리고 작가로서 순간적 으로 느끼고 사라지는 감정들을 붙잡고, 날카롭게 인식하여 서로 뒤엉킨 감정의 덩어리를 암흑 속에 드러낸다. 섬 처럼 떠 있는 비정형적인 색의 덩어리 – 불확정적이며 설명할 수 없지만 실제 감지했던 복합적인 감정의 표현으로 직관적으로 선택된 9개의 색채로 그려진다.

재배치하다_relocated
평면은 우주다. 시간과 공간이 씨줄과 날줄처럼 예측불가능하게 엮여 우연히 생성된 하나의 세계다. 그 시공간 안에 운명처럼 낚인 나의 형용사로서의 색채가 파편처럼 걸려있다. 갤러리내 창문의 격자형 창틀을 그 씨줄과 날줄이라고 가정해 본다. 창 밖의 계절적 상황에 따른 하늘과 공기의 색에 따라 전시 기간 중 감각 가능한 “형용사로서의 색채”를 파편처럼 붙인다. 이 작업은 Die Masse 시리즈와 형용사로서의 색채 시리즈에서 파생된 작업이다.

 
2016, 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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